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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도 많이 들어봤고, 시 몇 편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시집을 구매한 것은 처음이었다.아퍼, 라고 말하면 너무나 아파서 이 세상의 밤을 떠도는 모든 안개를 엮어 붕대를 만들고 싶었지안개 붕대를 감고 누워 컴컴하게 웃고 있었으면 했어-거짓말의 기록 中네 눈에 눈물이 가득할 때땅은 속으로 그 많은 지하수를 머금고 얼마나 울고 싶어하나대양에는 저렇게 많은 물들이 지구의 허리를 보듬고 안고 있나어쩌면 네가 밤 속에 누워 녹아갈 때물 없는 사막은 너를 향해 서서히 걸어올지도 모르겠어사막이 어쩌면 너에게 말할지도 몰라사랑해, 네 눈물이 지하수를 타고 올 만큼 날 사랑해줘-밤 속에 누운 너에게 中
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문학동네 시인선」이 새로이 나왔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칠만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이 시리즈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을 높인 시집을 제공하고, 시인들에게 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여자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로, 목청껏 지르고 싶었으나 도저히 삼킬 수밖에 없었던 세상사의 많은 슬픔과 비애들을 다양한 음역을 가진 시로 표출해온 허수경 시인이 네번째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이후 햇수로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에서 고고학적인 세계와 국제적 시야를 바탕으로 그사이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사유는 더욱 깊고 더욱 넓어졌으며 더욱 간절해졌다. 그 간절함의 대상은 우리가 쉽게 정의내릴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하며 가벼운 것이 아니다. 무한이다. 우주이며 역사다. 사랑이다. 당신이며 너다. 시를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읽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다시금 책장을 넘기게 되는 힘, 삶을 다 살고 났을 때 내가 살아낸 것이 과연 무엇인가 다시금 삶을 반추하게 하는 힘, 이 시집은 우리에게 마침표를 찍어주는 게 아니라 물음표를 던진다. 물론 홀로 고민하게 하지 않는다. 함께 고심하게 만든다.
제1부
나의 도시
저녁 직전
추운 여름에 받은 편지
여기에서
추운 여름에 쓰는 편지
거짓말의 기록
수수께끼
너의 눈 속에 나는 있다
산벚을 잃고
고구마별
글로벌 블루스 2009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오후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제2부
옛 가을의 빛
비행장을 떠나면서
찬 물새, 오랫동안 잊혀졌던 순간이 하늘에서 툭 떨어지는 것을 본 양
그림자의 섬
아름다운 나날
오래전에 잊은 이의 눈썹
흑해 옆 호텔
열린 전철문으로 들어간 너는 누구인가
기차가 들어오는 걸 물끄러미 지켜보던 11월
식물과 동물이 탄생하던 진화의 거대한 들판, 나라는 것을 결정하던 의지는 어디에 있었던가?
카라쿨양의 에세이
그러나 아직 당신이 오지 않았는데 고생의 한 남자가
슬픔의 난민
울음으로 가득 찬 그림자였어요, 다리를 절던 까마귀가 풍장되던 검은 거울이었어요(혹은 잠을 위한 속삭임)
제3부
사막에 그린 얼굴 2008
어린 밤의 공기
입술
그때 낙타가 들어왔다
폭풍여관, 혹은 전투 전야
눈동자
검은 새 한 마리
내 마음속 도저한 수압에서 당신은 살아간다, 내 기억이여, 표면으로 올라오지 마라
여기는 그림자 속
기차역에 서서
아직도 해가 뜨지 않아서
바다 곁에서의 악몽
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삶이 죽음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그때처럼
내가 쓰고 싶었던 시 제목, 의자
제4부
밤 속에 누운 너에게
추억의 공동묘지 아래
빛의 짐승
문장의 방문
풍장의 얼굴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1982년 바다를 떠나며
여기는 이국의 수도
이를 닦는다
고향
사탕을 든 아이야
발문_ 나비와 잠자리 : 시를 쓰는 마음에 관하여 · 서영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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